본문 바로가기
활동-

쿠쿠타아사나

by Gyul_00 2018. 5. 20.

쿠쿠타아사나 

Kukkutasan

 

 

나의 몸이 어디 있든 나의 마음과 생각은 상관하지 않았다. 요가를 하는 내내 나를 요즘 힘들게 하는 감정이 호흡을 따라 온몸을 흘렀다. 

 

"어디 안 좋아요?" 견디지 못하고 매트 끝에서 아기 자세를 하고 있는 내 등에 조용히 손을 얹으며 선생님이 물었다. 

"집중이 안돼서 좀 힘들어요. 곧 다시 시작할게요"   

 

견디지 못하겠다. 

내 호흡이 감정을 견디지 못했다. 내 몸의 힘도 감정을 견디지 못했고, 유연함도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게 엉망인 듯한 기분으로 요가를 했다. 모든 게 망쳐질 것 같은 기분. 내가 너무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지는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느낌. 그 누구를 나와 비교해도 나는 그저 엉망인, 것, 같은 기분과 나는 오래 싸우고 있다. 울컥울컥해서 울고 싶은 마음이 요가를 하는 내내 뱃속부터 목 끝으로 올라와 여러 번 한숨을 터트렸다. 매트를 둘러메고 '오늘은 도저히 못하겠어요' 말하고 나가서 울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The Science of Yoga | Apr. 23, 2001

 

두 발은 가부좌를 튼다. 양손은 종이리와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어야 한다. 두 손으로 몸을 밀어 올려서 버티는 자세다. 쿠쿠타아사나를 한국말로 하면 수탉 자세(Rooster pose)다. 그러니까, 이렇게 우아한 모습으로 이렇게 단단한 모습으로 호흡을 가지런히 하며 완성하는 자세다. 허벅지와 종이라 사이에 팔을 밀어 넣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며 종아리를 조금 올려줘야 틈이 생겨 팔을 넣을 수 있다. 한쪽 팔을 겨우 밀어 넣었다 하더라도, 그다음이 문제다. 이미 팔이 끼워진 상태라 다른 쪽 다리의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스프레이로 팔에 물을 잔뜩 뿌려서, 마찰력을 최대한 줄여 두 팔을 끼우는 연습을 한다.  유연해야, 팔을 밀어 넣을 수 있고, 힘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하긴, 그렇지 않은 요가자세가 어디에 있나. 완성하면 우아하지 않은 자세가 어디 있나. 쿵쿵 소리를 내고, 훅훅 호흡이 가파르게 변하는 것이, 다 수련이 부족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세우며 왼쪽 얼굴로 바닥에 떨어졌다. 가부좌를 튼 다리 사이에 두 팔을 끼운 채로 말이다. 왼쪽 얼굴로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하늘로 띄웠다. 떨어지며 쿵 소리를 냈다. 눈앞에서 반짝하고 밝은 빛이 보였다.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 어렵사리 끼워 넣은 두 손은 수탉의 꼬리처럼 엉덩이 옆에서 나풀나풀거렸다. 방향도 찾지 못하고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손이 빠져야 하는데, 선생님이 달려와 다리를 풀어주고 나서 사람 꼴이 되었다. 꼿꼿하고 기세등등한 수탉은 없다. 괜찮냐는 선생님이 물음에, 내 꼴이 우습기만 해서 창피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터져 나오지 못한 감정이 목 끝에서 또 맴돌아 울컥했다.  

 

정말 병든 닭 같다. 

 

병든 닭처럼 남은 자세들을 겨우 겨우 견뎌냈다. 사바아사나, 시체자세를 하고 눈 위로 수건을 덮고 쉬는데 찔끔찔끔 눈물이 나왔다. 숨도 내려놓고 몸도 내려놓고 마음도 내려놓으라는 사바아사나를 하는 동안 나는 감정을 붙들고 눈물을 붙드느라 애를 먹었다. 

 

요가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다 마쳤잖아요. 잘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