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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매일7

숲을 걷는 일 -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신을 만날 때, 신은 모세에게 신발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 모세는 신을 벗음으로써, 그동안 자신을 규정했던 것들을 벗고 ‘다른 존재’가 되어 신을 만난다. 모세를 규정했던 수 많은 설명, 지금까지 그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은 의미가 없다. 두발의 신을 벗는 의례를 통해 모세는 오롯이 신을 만난다. - 숲을 걸으면 내가 그동안 어떤 신을 신고 있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우습고 볼썽사나운 질투에 사로잡힌 나. 그래서 끊임없이 아무도 알 수 없고 모두 말할 수 없는 소설을 쓰고, 내가 쓴 소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 열등감에 빠져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위악을 떨고 있는 나. 동시에 아주 짧은 문장 하나에, 단 한번의 재치 있는 단어로 스스로를 우쭐해 하는.. 2018. 9. 25.
떠나는 일 - 무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어딘가로부터 떠나는 일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떠난 다는 것은 '어디'에서 떠나는 일이며 '무엇'으로부터 떠나는 일이다. 공간과 장소와 기억과 사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무엇으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떠난 다는 일은 쉽지않다. 홀로 스스로를 낯선 곳에 존재하도록 하는 일. 스스로가 완벽한 타자가 되는 떠남. 이러한 떠남을 꿈꾸지 않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현실이 여러 갈래로 발목을 붙잡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남을 유보하는 일일 뿐이다. - 떠나는 것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으로부터 떠나기 위해서, 무엇으로부터 어디로부터 떠나야 했다. 그와 이별하기 위해서는 이 골목길과 이별해야 했다. 능소화가 피었다고 읊조리는 나.. 2018.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