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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매일7

직선으로 걷다 직선으로 걷다. - 그 사람은 키가 컸고, 안경을 썼다. 마른 체형에 군살이 없었다. 앞머리를 묵직하게 내린 옆 가르마, 특별할 것 없는 머리를 했다. 카라가 잡혀 있는 셔츠를 즐겨 입었고 단화에 청바지를 입는 남자였다. 밥을 먹을 때면 가만히 수저를 집었다. 가지런하게 느꼈고 단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느 날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셨고 해가 뜰즘 헤어지며 키스를 나눴다.단호하게 말 하는 것보다 단호하지 못한 나는 애매하게 그 사람을 피해 다녔다. 싫다고 티를 내는 만큼 싫어하지 못했던 나는 그 사람 주변을 서성거렸다. 서성거리며 나는 원을 그렸다. 단정한 사람이 한 가운데서 서성거리는 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원을 그리는 내게, 그 사람은 중심을.. 2018. 5. 23.
리틀 포레스트 밥상머리에서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할머니는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오지 않으면 해주지 않겠다고,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나는 계란이 먹고 싶어서 닭들이 구구구 거리는 닭장의 철조망 문을 열고, 벌벌떨며 한참을 주저하다 계란 하나를 겨우 꺼내 툇마루로 튀어 올랐다. 시골집 담장을 따라 심어둔 수박넝쿨을 보면, 어린 나는 때를 모르고 수박이 초록빛만 난다 싶으면 따서 할머니 앞에 내놓았다. 할머니는 네 머리통만한 건 먹지 못한다고 몇 번이나 타일렀지만 며칠 지나면, 나는 또 겨우 내 머리통만한 연두빛 영글지 않은 수박을 따서 부엌에 올려두었다. 깨 타작을 하고 깨 대를 태우는 날은 타닥타닥 소리에 신이나서 마당을 뛰어다녔다.지금은 할머니 묘가 있는 곳의 감나무에서 감을 .. 2018.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