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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미세먼지 -지난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입사 3개월 차의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다. 김용균, 24살의 젊은 노동자는 고속으로 석탄을 싣고 움직이는 설비에 머리와 몸을 밀어 넣고 기계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업무 그 자체가 곧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이었다. 사람이 죽은 그날 이른 아침에도, 컨베이어벨트는 다시 돌아갔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의 일터가 그런 곳인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도 알지 못했다. 김용균을 죽인 그 발전소에서, 지난 2008년부터 10년 간의 산재 사고는 58건, 이중 사망 사고는 12건에 달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일했던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이제야 알았다. 스위치만 누르면 환해지는 방이, 종일 콘센트를 꼽아두던 텔레비전의 드.. 2019. 2. 18.
용서에 대하여를 읽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이 그 관계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 사랑을 규정하고 사랑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지 않은, 관계가 있다. 우리가 설령 누군가를 아주 뜨겁게 스스로를 바꾸어내며 사랑한다 해도 말이다. 때때로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나 자신과 관계에 대한 성찰의 요구를 외면하기 위해 사용해왔음을 말해야겠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함과 동시에 나를 원하고 또 필요로 하기를 바랐다. 그는 나를 사랑했다가 나를 원하지 않으면서 필요로 했다. 마침내 사랑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으면서 원했다. 어느 날, 복잡하고 긴 연애에 마침표가 찍혔다. 나는 오래 앓았다. 앓으면서 나는 왜 ‘그’를 사랑했는가를 수없이 질문했다. 나는 왜 이토록 내가 아닌 것처럼 그 사람을 사랑했.. 2018.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