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7

숲을 걷는 일 -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신을 만날 때, 신은 모세에게 신발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 모세는 신을 벗음으로써, 그동안 자신을 규정했던 것들을 벗고 ‘다른 존재’가 되어 신을 만난다. 모세를 규정했던 수 많은 설명, 지금까지 그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은 의미가 없다. 두발의 신을 벗는 의례를 통해 모세는 오롯이 신을 만난다. - 숲을 걸으면 내가 그동안 어떤 신을 신고 있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우습고 볼썽사나운 질투에 사로잡힌 나. 그래서 끊임없이 아무도 알 수 없고 모두 말할 수 없는 소설을 쓰고, 내가 쓴 소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 열등감에 빠져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위악을 떨고 있는 나. 동시에 아주 짧은 문장 하나에, 단 한번의 재치 있는 단어로 스스로를 우쭐해 하는.. 2018. 9. 25.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Urdhva Dhanurasana - 처음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하던 내게 선생님이 그랬다. 몸이 흐물흐물하네. 나는 본래 근육 없는 몸으로 세상에 나왔고, 한번의 신체검사에서도 턱걸이 3초를 넘기지 못한 팔뚝을 가진 몸으로 성장했다. 두 시간 남짓 아쉬탕가 요가를 하는 동안 물렁한 몸은 홀로 기진맥진하여 요가 매트 위에 자주 늘어져 있곤 했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주변 사람들을 봤다. 저 사람은 두 손으로 바닥을 단단히 밀어서 무릎을 팔에 기대 온몸을 띄우고도 잘도 버티는구나. 나는 아직도 허리를 뒤집어 꺾을 때마다 곡소리를 내는데.... 세상에, 허리에 뼈가 없나, 머리가 곧 두 발에 닿을 것 같은 사람도 보인다. 나의 몸은 왜 아직도 이 만큼도 버티지 못할까. 저 사람은 나보다 요.. 2018. 8. 11.